이 스토리노트는 수능 수학의 목표가 3등급인 학생들이 봤으면 좋겠다. 수능 수학 목표가 1등급이라면 이 스토리노트는 봐서는 안 된다. 나도 못 해본 일을 하라고 조언할 능력은 없다.난 수학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수학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조언할 성적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내신이라면 몰라도 수능에서만큼은 수학이 자신 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걸 쓰고 있는 이유는, 적어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는 내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하면, 수학을 정말 싫어하지만 수학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는 사람들이다. 내가 원서를 썼던 학교 중 네 군데가 수능최저학력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 3합 7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과적으로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없는 학교에 등록하긴 했지만 3합 7은 맞췄다. 그리고 그놈의 수능최저학력기준 때문에 나는 수학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렇게 말하면 국어, 영어, 사탐으로 3합 7을 맞추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난 무작정 세 과목에 올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중학교 때부터 내신과 모의고사를 막론하고 시험날만 되면 배가 아팠기 때문이다. 국어는 수능 1교시이기 때문에 난 그때 당연히 배가 아플 거라고 생각했다. 국어시간에 복통이 있을 걸 고려하면 난 어떻게든 수학을 최소한 3등급에 맞춰야 했다. 유인물과 교과서의 문제들을 외우기만 하면 되는 일반고 내신 수학과 수능 수학의 난이도가 같을 리는 만무했기 때문에, 나는 수학을 포기했다고 말하면서도 매번 수학책을 붙잡고 있었다. 내가 수학 공부할 때 썼던 방법은, 그래프 그리는 연습부터 하는 것이었다. 수학 문제 중에는 그래프를 그려야 쉽게 풀리는 문제가 있고, 수식을 써야 쉽게 풀리는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문제를 보자마자 그래프를 그릴지 수식을 쓸지 정하는 건 쉽지 않다. 나는 그 고민의 순간이 왔을 때 대부분 그래프를 선택했다. 수학 학원에 다닐 때 선생님은 함수의 원리를 알면 그래프를 안 그리고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는 소리를 했다. 하지만 난 곧 수학 학원을 끊었고 그냥 계속 그래프로 문제를 풀었다. 그래프를 그리는 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사실 수식이나 공식보다 직관적인 방법이다. 내가 구하고자 하는 점의 위치가 어디인지 눈으로 볼 수 있고, 내가 구하고자 하는 직선이 무엇인지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래프를 능숙하게 그릴 수 있으면 문제 푸는 데 도움이 된다. 두 번째로, 자주 나오는 문제 유형을 푸는 방법을 외워 두는 것이다. 이건 특히 선택과목 문제를 풀 때 유용했다. 나는 확률과 통계 선택자였는데, 확률과 통계의 신뢰구간 개념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가서 그냥 문제 푸는 방법을 외워서 수능장에 들어갔던 경험이 있다. 심도 깊게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문제 푸는 방법을 그냥 외우는 게 좋은 방법이 아니지만, 내 목표는 1등급이 아니었기 때문에 딱히 상관 없었다. 가끔 수학 공부를 하다 보면 ‘나오기는 되게 자주 나오는데 이해가 안 가는’ 문제가 생긴다. 그럴 땐 문제 푸는 방법을 외우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된다. 그럼 적어도 수능장에서 한 문제는 확실하게 정답을 찍을 수 있게 된다. 세 번째로, 내가 수능장에서 사용했던 전략을 들고 싶다. 이건 공부법은 아니고 일종의 편법이지만, 문제 푸는 순서에도 전략이 있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수능장에서 문제지를 받고 풀 수 있는 문제를 전부 푼 다음 어려운 문제들만 남아 있을 때, 어려운 문제 한두 개 도전해 볼 시간은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도전해야 하는 문제는 단답형 문제다. 선택형 말고 단답형 말이다! 선택형 문제를 찍을 경우 정답일 확률은 0에 수렴한다. 반면 선택형 문제를 찍을 경우 정답일 확률은 무려 20%나 된다. 내가 단답형 5문제를 모두 찍든, 그중 한 문제를 20분 들여서 풀어내든 그 5개 중 맞는 문제의 개수는 거의 차이 나지 않는다. 만약 문제를 다 풀고 선택형 문제 5개, 단답형 문제 4개가 남아 있다고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푼 단답형 문제들 중 어느 선지가 가장 적게 나왔는지 세고 그걸로 남은 5문제를 모두 찍는다고 하자. 웬만하면 1개는 맞을 것이다. 단답형 문제의 경우, 확률과 통계 선택자라면 못 푼 문제 중 경우의 수를 전부 세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있는지 찾아 보자. 확률과 통계의 고난도 문제는 경우의 수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하면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고난도 문제 중 그나마 만만해 보이는 걸 골라서 남은 시간을 모두 써서라고 풀어내 보자. 운이 나쁘면 하나도 못 풀지도 모르지만 운이 좋으면 하나쯤 풀어낼 수도 있다. 물론 전략이나 편법이 피지컬을 이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앞서 말한 문제 풀이 순서의 전략은 어느 정도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먹힌다. 그렇기에 수능 전략을 소개하기 전 약소하게나마 공부법을 언급한 것이다. 이번 내 조언은 철저히 입시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지, 제대로 된 수학 공부법이 아니다. 멋도 없고 얍삽한 방법이다. 하지만 원래 입시란 정공법만이 먹히는 판은 아니고, 대학 붙은 사람들 중에는 나같은 사람도 있는 법이다. 우직한 공부, 물론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꼭 이상향만을 좇을 수는 없는 수험생들에게 내 글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